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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환]야구를 인생으로 받아들이는 그대에게

by 희야~♡ 2006. 8.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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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무 알면알수록 멋진 선수다.... 나이는 어리지만 생각하는 건 정말 배우고싶을 정도로...

한번씩 볼 때마다 그리고 그에 대한 이야기 하나하나를 들을때마다

승환선수에 대해조금씩 더 끌려가고 있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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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승환 공식 홈피 (http://www.ohseunghwan.com/)

야구를 인생으로 받아들이는 그대에게

개인적인 고백이지만 새로운 수첩이 필요할 정도로 야구선수를 많이 알지 못한다. 누군가 내 수첩을 야구장에서 줍는다면 “이런, 한심한 친구”하며 혀끝을 찰 것이다. 사교에 능하지 않은 10대 소년의 수첩처럼 아무리 뒷장을 넘겨봐도 연락처가 적혀진 선수를 찾기 힘든 까닭이다. 만약 선수 연락처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나는 유능한 기자가 아닌 셈이다.
이유는 있다. 딱히 선수들을 잘 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안다고 해도 고작 인터뷰나 취재 과정에서 만났을 뿐 수첩 뒷장에 서로의 연락처를 적어둘 만큼 친근한 관계를 맺은 적은 없지 않았나 싶다. 나도 일상에 바쁘지만 선수들도 일상에 바쁘기에 그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이유 가운데 하나다. 어쨌든 연락처가 있으면 바쁠 때 손이 가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요즘 프로야구 홍보팀들은 아르마니 양복을 입지 않아도 정중하고 상냥한 사람들이기에 그들을 통해 선수들과 접촉할 수 있다.
하지만 근래 들어 수첩 뒤에 연락처를 적어두고 싶은 선수가 생겼다. 아니 그보다 사적인 자리에서 더 많은 대화를 나눠 보고 싶은 선수가 나타났다. 삶에 대해 진지하게 배울 수 있는 선수. 그는 바로 오승환이다.

야구를 인생 못지않게 진지하게 생각하는 오승환

지난달 경산볼파크에 찾아갔었다. 오승환과 권오준을 중심으로 한 커버스토리 취재건 때문이었다. 그 전까지 오승환을 야구장이나 덕아웃 근처에서 봤을 뿐 직접 대화를 나눠 본 기억은 거의 없었다. 대개의 취재가 그렇지만 사전 준비를 하기 마련이다.
오승환. 25살의 삼성 라이온즈 마무리투수. 지난해 성적 평균 자책점 1.18에 10승1패 16세이브 10홀드를 기록한 신인. 그리하여 한국 프로야구 사상 최초의 트리플 더블(홀드를 기록으로 인정한 해에 처음)을 기록한 선수. 게다가 신인왕과 한국시리즈 MVP를 동시에 수상한 행운아. 단, 1년을 뛰었을 뿐인 신인투수치고는 자료 분량이 지나치게 많았다. 그때 작은 염려가 생기기 시작했다. 스포츠 스타들은 자료집의 분량이 많으면 많을수록 인터뷰가 힘든 까닭이었다. 그만큼 스타가 되면 마른 장작처럼 뻣뻣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현재와 영원을 구분하지 못하는 신인은 더 골치 아픈 법이다.
기우였다. 오승환은 기자가 없는 사이에 사진작가의 촬영에 최선을 다해 협조해 주고 있었다. 기자와 눈이 마주쳤을 때는 상냥함이 몸에 벤 증권사 직원처럼 기자를 맞아주었다. 스포츠 선수치고는 매우 예의 바른 인상이었지만 독립된 인간으로 바라봐도 매우 건실한 느낌을 주는 청년이었다. 기자의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 나눌수록 뭔가 알 수 없는 다정한 기분이 느껴졌다. 그가 말을 할 때마다 입안에서 뿜어 나오는 체온이 사무실 안을 온통 따뜻하게 데워주는 느낌마저 들었다.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어렸을 때부터 길러온 좋은 습관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무엇보다 야구를 인생 못지않게 진지한 태도로 받아들이는 그의 자세가 좋았다.
야구와 팬에 대한 열정만큼은 신앙처럼 보일 정도도 대단한 것이었다.
이런 야구선수를 만난다는 일은 수질이 맑은 수영장을 찾는 일보다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그에게 가장 감동받은 내용은 다음이었다.

팬들이 있는 곳이라면

기자는 경산으로 내려오기 전부터 꼭 해보고 싶은 사진작업이 있었다. 다름 아닌 국내 최고 마무리투수 오승환과 현직 소방대원들이 함께 사진을 찍는 것. 잡지 몇 권 더 팔아먹자고 생각해낸 건 아니었고 기자가 그런다고 해서 좋아할 편집장도 아니었다.
예전 취재 차 만났던 한 소방대원의 말이 생각난 까닭이었다. 그는 “소방대원을 하며 가장 무서운 것이 무엇이었느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두려움이 가장 무서운 적이었다”라고 말했었다. 두려움이라, 뭐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절대절명의 순간마다 등판해야 하는 마무리투수도 두려움이 가장 큰 적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묘하게 두 직업인의 애환이 닮아보였다.
그러나 기자는 오승환에게 촬영요청을 할 수 없었다. 그가 훈련 후 아직까지 식사도 거르고 취재에 응해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는 두 번 생각할 필요 없이 선수입장에 서야 한다. “승환이라면 들어줄 겁니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기자에게 그렇게 조언해줬다. 과연 그럴까?
이번에도 기우였다. 오승환은 흔쾌히 제의에 응해줬다. 다른 조건이나 이유도 없었다. 단지 기자는 “당신을 좋아하는 소방대원 팬들이 있는데 그분들과 사진을 함께 찍어준다면 야구를 보다 진지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했을 뿐이었다. 오승환은 기자의 말을 듣고 이렇게 대답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래요? 자, 가시지요.”


좋은 투수와 훌륭한 투수가 돼 주길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구와타 마쓰미(39)투수는 신인선수들이 입단할 때마다 이렇게 조언하곤 한다. "좋은 투수는 더 많은 연봉을 받을 수 있지만 훌륭한 투수는 더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 여기서 좋은 투수는 기술적 측면이 뛰어난 선수를 말하며 훌륭한 투수는 바람직한 성품과 팬서비스 정신이 투철한 선수를 뜻한다.
다시 말해 성적이 좋은 투수는 큰돈을 벌 수 있지만 팬에게 최선을 다하는 투수는 오랫동안 팬들의 뇌리에 남을 수 있다는 뜻이다. "가능한 오래 당신이 그토록 사랑하는 야구를 하면서 좋은 투수와 훌륭한 투수가 동시에 되달라" 이것이 기자가 오승환에게 바라는 점이다. 그리고 오승환이라면 가능하다. 물론 부상 없이 말이다.


SPORTS 2.0 박동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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